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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불확실성의 시대, ‘다정한 상생’을 개척하는 청년들

서울파이낸스

오늘날 우리 청년들이 마주한 고용 시장과 경제적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바늘구멍보다 좁아진 취업 문턱과 수치로 가늠하기 힘든 불확실성 앞에서 많은 청년이 깊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치열한 무한 경쟁 속에서 '나 혼자 살아남기도 버겁다'는 각자도생의 정서가 퍼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현실의 벽이 높을수록 안정을 추구하거나 기존의 정해진 궤도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고단한 흐름 속에서도 시대의 문법에 갇히지 않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취업 시장의 수동적인 구직자로 머물기를 거부한다. 대신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비영리·소셜 창업' 현장에 주체적으로 뛰어든다. 가치 소비와 기부 문화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GEF)의 '모두의 기빙라이프',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 소셜벤처 청년 팀들, 취약 계층을 위한 디지털 교육 스타트업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이들이 만들어 가는 생태계는 단순한 봉사의 연장이 아닌, 사회 혁신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진취적인 행보는 최근 문화와 사회학 전반에서 주목받는 키워드인 '호프펑크(Hopepunk)' 정신과 깊이 맞닿아 있다. 호프펑크는 2010년대 후반 미국의 작가 알렉산드라 롤랜드가 제안한 개념으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맞서 '다정함과 연대'를 저항의 언어로 삼는 문화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이는 막연하거나 맹목적인 낙관주의가 아니다. 현실의 한계와 제약을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냉소나 포기에 빠지는 대신 다정함과 연대, 상생을 무기 삼아 문제를 돌파해 나가는 단단하고 회복탄력적인 태도를 뜻한다. 모두가 사익의 극대화와 개인의 생존에 매몰되기 쉬운 시기에, 오히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청년들의 행보는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전진하는 불굴의 에너지가 발현된 것이다. 기존 시스템의 규칙을 따르기보다, 상생의 문법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스마트하고도 당당한 도전인 셈이다.

청년들이 선택한 비영리 창업은 결코 순진한 봉사활동이나 현실 도피가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아가 동료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까지 도모하는 이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면, 차라리 나와 이웃을 모두 살리는 건강한 일터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겠다"는 청년들의 선언은 참으로 건강한 호프펑크적 에너지를 품고 있다.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지 않고 끊임없이 두드리는 이 다정함의 불꽃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혁신의 동력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이 다정한 개척 정신에 응답할 차례다. 응답은 선의의 격려만으로는 부족하다. 초기 시드 자금 지원, 공공 인프라와의 연계, 소셜 창업에 특화된 제도적 안전망 마련 등 실질적인 디딤돌을 놓아주어야 한다. 비영리·소셜 창업을 '취업 실패의 대안'이 아닌 '사회 혁신의 정규 경로'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 소셜 액티비스트들이 저마다의 비전을 꽃피울 수 있도록, 더 많은 토양과 더 촘촘한 울타리가 필요한 때다. 시대를 헤쳐 나가는 가장 혁신적이고 단단한 무기는, 결국 타인을 향해 뻗는 다정한 손길과 어떠한 절망 앞에서도 쉽게 멈추지 않는 상생을 향한 희망이다.

김병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사무총장

출처 : 서울파이낸스(https://www.seoulfn.com)